Saturday, November 29, 2014

도박의 최고수가 된 수학 교수

블랙잭 게임의 카드 패를 암기해 확률을 계산하는 카드 카운터들 카지노측과 머리 싸움 벌이며 진화해

에드워드 소프 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도박사처럼 보이지 않는다. 올해로 79세인 그는 멜빵바지에 금속테 안경을 착용했다.

최근 어느 토요일 밤, 라스베이거스 교외의 한 연회장에 세계 최고의 카드 카운터(card counter) 70명이 집결했다. 카드 카운터는 블랙잭(카드의 숫자 합이 21점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 테이블의 카드를 외워서 좋은 패가 나올 확률을 계산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초조한 듯 소프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들 중에는 부동산 투자자, TV 프로듀서, 심지어 복음주의파 기독교도도 있었다. 여자 같은 트레이닝복 바지 차림에 ‘다이아몬드 마이크’ 같은 가명을 부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장 차림에 미모의 여성과 동행한 사람도 있었다. 뜻밖에 모두가 수학 천재는 아니었다.

블랙잭 볼(Blackjack Ball)로 알려진 이 행사는 16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던 카드 카운터 맥스 루빈이 도박기술(tricks of the trade)을 공유할 목적으로 파티를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지금은 바로나 리조트&카지노가 후원한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는 게임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다른 곳에서 게임을 하는 데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건장한 경비원이 그들의 명단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지킨다. 그들은 블랙잭 게임 세계 최고수 타이틀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여러 참가자들 사이에서 카드 카운팅의 ‘대부’로 불리는 소프가 가장 주목받는다.

소프의 베스트셀러 ‘딜러를 이겨라(Beat the Dealer)’가 출간된 지 50년이 흐른 지금, 블랙잭은 네바다에서나 가능하던 그저 그런 게임에서 전 세계 카지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casinocity.com에 따르면 현재 최소 34개 주 700여 곳을 포함해 어림잡아 2000개의 도박장에서 블랙잭 게임을 할 수 있다. 1988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레인맨’부터 ‘21’까지 할리우드 영화에도 등장했다. ‘21’은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카드 카운팅팀을 소재로 한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2008년 영화다.

이처럼 관심이 커지자 카지노들은 가짜 신분증에 어설픈 변장을 한 카드 카운팅 천재들을 찾아내려 온갖 아이디어를 짜냈다. 여러 세트의 카드를 쓰고 얼굴인식 소프트웨어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카드 카운팅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대다수 카지노는 손님의 퇴장을 요구하는 게 전부다. 그래도 카드카운터들은 새로 문을 여는 곳을 찾아가면 그만이다.

카드 카운팅 기법은 많다. 그 중 초보자가 즉석에서 쉽게 익힐 만한 건 하나도 없다. 그 이론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낮은 수의 카드가 많이 남아 있으면 적게 베팅하고, 낮은 수의 카드가 대부분 나오고 높은 수의 카드가 많이 남아 있을 때는 크게 베팅한다. 그런 식으로 계속 반복할 경우 장기적으로 통계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소프가 블랙잭 게임에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한 때는 1958년이었다. 군인 4명이 1953년에 개발한 블랙잭 기본 전략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게 됐다. 그 중 한 명인 윌버트 캔티가 흑인이었던 탓에 당시 흑백분리 정책이 남아 있던 메릴랜드주의 바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병영 내에서 블랙잭을 하면서 계산기를 이용해 모든 패의 조합이 나올 확률을 분석했다.

당시 수학 박사였던 소프는 그 글의 작성자 중 한 명에게 편지를 보내 수식 원본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 뒤 소프는 직접 프로그래밍한 IBM 컴퓨터를 이용해 최초의 카드 카운팅 전략을 개발했다. 다음에는 그 가치를 알아줄 사람을 찾아야 했다.

소프는 1961년 자신의 발견을 미국수학학회에 발표했다. 도박계의 대다수가 코웃음을 쳤지만, 톰 울프라는 젊은 기자가 관심을 보였다. 울프는 워싱턴포스트지에 소프의 전략을 소개했다. 곧 그 정보를 입수한 엠마누엘 키멜이라는 악명 높은 도박사가 그에게 실전 테스트용으로 1만 달러를 건네줬다. 단 키멜과 그의 사업 파트너가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조건이었다.

그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소프는 1962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그 게임이 하루아침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블랙잭 볼 설립자 루빈이 말했다. 소프는 업계의 요주의 인물이 됐다. 한 카지노는 그에게 약을 먹이려 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카드 카운터들도 협박이나 구타를 당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던 중 1964년 4월 1일, 카지노 사업주들이 담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게임 규칙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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