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28, 2014

카지노 더? 흔들리는 대한민국

당신이 2만원을 쥐고 카지노 룰렛 앞에 앉아 있다고 치자. 이 돈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과감하게 2만원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홀수에 건다면 47%의 확률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돈을 나눠 베팅하면 이겨야 하는 판의 숫자가 늘어나고 확률은 떨어진다. 20번에 걸쳐 1,000원씩 베팅할 경우 4만원을 손에 넣게 될 확률은 11%에 불과하다. 룰렛 등 도박은 카지노 측에 유리하게 확률이 설계돼 있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을수록 빈털터리가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당신이 56억달러(약 6조4,000억원)의 돈을 쌓아놓고 있다고 치자.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미국의 대형 카지노 업체 라스베이거스 샌즈는 56억달러를 들여 2010년 싱가포르에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를 열었다. 개장 첫해 매출은 16억6,000만달러. 시설면적의 3%에 불과한 카지노가 전체 매출의 80%를 올렸다. 샌즈는 당초 투자금 회수에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4년 만에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대 자본 입장에서 카지노는 노다지나 다름없다.

카지노는 운영자에게는 매력적인 사업이지만 엄연한 사행산업이다. 이 때문에 카지노 허가는 국가가 관리한다. 현재 한국에 운영 중인 카지노는 17곳. 폐광지역 발전을 위해 내국인 출입을 허용한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정부는 2004년을 끝으로 카지노를 허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10년 만에 신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샌즈, 시저스엔터테인먼트 등 외국 카지노 업체가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고 국내에서도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외국 자본의 카지노 투자에 유혹을 느낄 이유는 충분하다. 단숨에 수 조원대의 외자유치를 성사시킬 수 있고 복합리조트 개발에 따른 관광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세수증대라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정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법대로 하겠다"고 하지만 카지노 허가를 끼워 넣은 갖가지 특별법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고, 눈 앞의 상황에 따라 법이 바뀌기도 한다. 도박중독 등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내국인 출입은 허용할 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뇔 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카지노 정책이 '도박'이 되지 않으려면 법체계를 정비하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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